이거 거의 백만년만의 블로깅이다.
  학기가 새로 시작하고 바쁜 생활이라는 두루뭉실한 핑계에 쫓기고 쫓기어 블로그창 켜놓고 자판두드린 기억이 저 먼 옛날임에도 이제와 굳이 글쓰기 버튼을 누른건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옅게 동이 터 올 때 까지 놀다 혼곤히 잠에 빠져 있는 나를 두들겨 깨운건 한 사람의 자살 소식이다. 진실로 정신이 번쩍 나더라. 바로 얼마전 유명 여배우의 자살 소식을 급작스럽게 접했을 때도 처음 한 두번은 '에이, 거짓말'이라는 말부터 튀어나갔는데, 기이하게도 충격적인 노 전대통령의 자살 소식에는 꿀 먹은 벙어리 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탄식어린 체념이 머릿속을 덮었다. 분명 탄식어린 체념인데, 분명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드는데도 정작 인터넷 뉴스란을 켜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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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뉴스들이 계속 올라올 것만 같다. 옹호하는 사람도 있으며,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고, 때 만난 물고기들 처럼 신나게 퍼덕거리며 비난을 날리던 사람들이 여전히 있을 것 같다. 그 것들을 쓰리고 허탈한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남탓이 아닌 자신탓을 하고 있을 노 전대통령 역시 여전히 있을 것만 같다.

 이상한 일이다.

 고통스럽고 감내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꿋꿋하게 대응하고 있기에 아쉬움이 드는 사람도 있는데, 다리가 부러져 뛸 수 없으면 스스로 죽어버리는 명마처럼 그렇게 스러져간 사람이 있다. 부끄럼이라는 것을 알기에 부끄러웠던, 억측이든 아니든 의혹이라는 것 자체가 부끄러웠던 그는 담배 한 대 마저 못 태워보고 그렇게 갔다. 죄 많은 사람이다. 가뜩이나 인상에 인상을 거듭하는 담배값에 서글픈 흡연자들은 담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슬플 건수가 하나 더 생겼다.

 타살아니냐. 타살에 대한 의혹도 있는 듯하지만 나는 타살은 아니라 생각한다. 더불어 현 이명박 정부는 앓던 이를 뽑은 것 처럼 시원해 하고 있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노 전대통령의 죽음에 가장 땅을 치고 애통을 표하고 있는 것은 아마 이명박 정부 일 것이다. 아차. 이 두글자보다 그들의 심정을 잘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현 정부는 자살을 한 유명인에게 일단 너그러워지는 일반 대중의 속성을 분명 알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물고 늘어지며 노 전대통령을 궁지로 몰고간 검찰 수사를 허겁지겁 종결시켜버리고, 50년은 보관해야 하는 국가문서를 폐기 운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애석하고 비통한 일이다, 두고두고 곰국처럼 우려먹을 수 있는 건수인 줄 알았더니, 그 놈의 소 뼈다귀가 얼마전에 바다 건너 거기서 수입해온 바로 그 것이었나 보다.
 연애인이 자살할 때마다, '악플이 문제야!', '실명제!'를 외치던, 권력을 가진 거대한 악플러.

 인간이었고. 인간이었기에 상처를 받았으며. 그렇기에 운명이라 쓰게 말하고 세상을 등진 죄많은 인간. 인간 노무현.
 한 시대의 풍운아이자 비운아였던 그의 죽음에 깊은, 아주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는 바이다.
Posted by 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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