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 ---------------------
  '미스트'는 일종의 종말론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절망적인 상황의 전형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아- 역시 저러는군.'이라고 누구나 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전형적인 상황들이 펼쳐지기에 오히려 사실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 아닐까. 그러나 또한. 전형적이라는 것은 아무리 특이한 상황을 설정한 영화라 하더라도 자칫 잘못하면 진부한 스토리로 흘러들어가버린는 위험성을 내포하는 법이다.

미스트 공식포스터
   눈 가리고 아웅
 영화의 제목이 '미스트'인 것처럼. 러닝 타임 내내 화면을 덮쳐오는건 지독한 안개이다. 한발자국 앞조차 보기 힘들 정도로 새하얗게 내리 깔린 안개는, 안개 속 안전운전이란 얼마나 무리한 일인가- 하는 주장을 등장인물들에게 목숨으로 깨우쳐준다. 어느정도 빛을 투과시키는 하얀 연무이기 때문에 스크린 자체는 여타 스릴러, 내지는 인류 종말에 관한 영화들에 비해 밝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눈을 가린다' 라는 결과에 있어서 어둠과 전혀 손색 없는 장치가 제목이자 배경인 안개인 것이다. 이 안개는 슈퍼마켓 내부에 갇혀 불안에 떠는 생존자들을 천천히, 그러나 착실히 극한의 상태로 몰고간다.

   인물들이 좋아요
   슈퍼마켓 내부에 갇힌채 고립된 인간의 수는 대략 40명 정도의 인원으로, 인간이 더이상 인간으로 존재하기 힘들 정도의 극한 상황에서 보여질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인간 군상을 담아내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 요소요소 골라서 때마침 슈퍼마켓에 장보러 나왔을까.
  지독한 공포로 정상적인 이성이 마비되어 생존에 대한 본능만이 우선시 되는 상황에서, 평상시 도덕과 법의 가면으로 덮어두었던 감추어진 본성이 표출되어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라고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직전의 설명에 해당하는 사람은 선동되어 다른 사람들을 따르기만하는 사람들의 경우이고, 이야기의 맥에는 굳건히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해내는 인물들이 악역, 선역 할 것 없이 말 그대로 박혀있더라.
  '밖에 두고온 아이가 걱정돼 결국 혼자 길을 나서는 어머니'를 필두로 '객기부리다가 죽는 젊은이'가 공포의 실체를 드러낸다. 헐리우드답게 당연히 주인공은 '사랑하는 아들을 목숨걸고 지키는 부성애가 넘치는 아버지로 항상 앞장서서 엄청난 용기와 실행력을 선보'인다. 그런 인물의 말을 제대로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영화는 괴물이 들이 닥쳤다는 '주인공의 말을 결국 믿지 못하고 자신의 신조에 따라 몇몇 사람들을 선동해 나가버리는 반동 인물'과 용감하게 안개를 해치고 물건을 가지고 오려는 멋진 히피 아저씨' 를 제시한다.
  틀에 박힌듯 평면적인 인물상들은, 오히려 그 단순하고 파악하기 쉬운 성격 덕에 속에 담고 있는 갈등구조와 변해가는 생각들. 그리고 서서히 추악해져만 가는 모습들을 가리거나 숨기는 일 없이 확연히 보여준다. 복잡한 두뇌싸움 보다는, 인물들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재미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저 놈을 매우 쳐라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미스트'라는 영화가 존재하기 위해 빠져서는 절대 안 될 인물은 '광신도 아주머니'였다. 어떻게보면 정말 숨겨진 주연이라고 할만한 대단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성서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종교에 대한 지나친 믿음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곤 하는 '종교에 미친 사람' 역할을 하는 '카모디 부인'은 안개 속에 휩싸여 괴물들로부터 습격받는 상황에 대해 끊임 없이 요한 묵시록을 제시하며 일약 교주로 등극하는 영광까지 누린다. 사람은 언제나 뭔가에 매달린다고 한다. 그 것이 부모나 애인, 자식과 같은 사람이든 아니면 물질적이거나 관념적인 것. 혹은 죽음에라도. 안개 속에서 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의 공포'에 질릴대로 질린 사람들은 그 극단에 있는 '삶의 희망'으로 미친듯이 달려간다. 카모디부인은 목적 없이 달려드는 그 어린양떼들에게 '신'이라는 희망의 끝자락을 안겨준다. 유일하게 발견한 구원의 밧줄. 문제는 구원의 밧줄을 가지고 희망의 나라로 떠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눈을 가려버린다는 것에 있지만. 그렇게 눈을 가려버린 이들은 '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하고 싶어서 한게 아니에요'라고 말했던, 그 누군가처럼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고 괴물에게 던진다. 물론 괴물에게 먹히며 손도장 한번 창유리에 찍어주는 멋진 분도 전형적이긴 매한가지.
  사실 보고 있는 관객을 가장 열받게하는 역할이지만, 그녀가 빠져서는 절대 안될 이유를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그녀는 너무나도 뛰어난 리더쉽과 용기를 발휘하고 있는 주인공 때문에 차칫 인류의 종말치고는 너무 침착하고 명석하게 크래딧 올라갈 때 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뻔 했던 슈퍼마켓 안의 인물들을 한바탕 바삭하게 튀겨준다.

   오늘의 단어는 '제물'입니다
  딱히 쓸 항목이 없길래 그냥 따로 제목을 내더라도 이 것은 쓰고 넘어가야겠다.
  영화 최고의 명대사이니 기억해두도록 하세요.
『오늘의 단어는 '제물'입니다.』
by. 평상시에는 평범한 슈퍼마켓 직원! 그러나 위기가 닥치면 간지 사격수로 변하는!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지만 미리니름이 엄청나기 때문에 접습니다

글루카곤 혹은 인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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