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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은 겨울인지, 요즘따라 느릿한 박자의 흘러간 옛 유행가들이 귀에 들어와 박힌다.

  어째서 일종의 공식처럼 여름에는 댄스, 겨울에는 발라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 졌다. 확실히 약간 쌀쌀한 공기 속에서 목도리를 두르고 가디건을 걸치고 앉아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따뜻한 머그컵을 손으로 감싸고 느릿한 곡조의 노래를 듣는 것이 좀 더 그럴싸해 보이기는 한다. 여름에는 똥꼬발랄하게 초록잎, 푸른 물결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쿵짝쿵짝 거리고.

  사실 이미지야 그렇지만 여름이든, 겨울이든 밖에 나가기 싫은 것은 매한가지에, 겨울보다 추운 여름 냉방과 여름보다 더운 겨울 난방도 존재하는 그야말로 계절이 무의미한 시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워 할 사람도 없는데 그리움에 관한 절절한 노래들이 겨울만 되면 좋아지는 이유는 문화적 학습의 결과 때문인걸까. 아니면 지나가버린 녹음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반드시 다가올 새순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는 동물적 본능의 소산인 것일까.


티샤니 - 하루하루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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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카곤 혹은 인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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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췌장
  「가슴 배구단」이라.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든 생각은 '이거 쌍팔년도의 포르노 작품같은 제목인데?'였으며, 포스터의 "얘들아. 꼭 봐야겠니? 보여줄리 없잖아~!"라는 문구와 '일본판 몽정기'라는 소문은 여지 없이 이 영화가 약간 저렴한 냄새가 나는 에로틱 화장실 코메디가 아닐까라는 인상을 주었다.

  간단히 말해서 오해입니다.

  선정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오히려 이 영화는 청춘코메디에 가까운 건강한 영화였다는 말이다.




가슴은? 외계인이야! 어딘가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상상 속의 존재지.
 「가슴 배구단」은 이름과는 달리 전혀 야하지 않은 영화이다. 아니, 아이들이 체력단련을 위해 달리기를 하며, '핫둘셋넷' 대신에 '가슴가슴(옷빠이옷빠이)'를 외치니 야한가?

 영화의 첫 장면은 아이들이 자전거를 달리며 한손으로 허공을 옴작거리는 다소 인상적인 씬으로 시작된다. 80km로 달리면서 만지는 공기는 A컵, 90km는 B컵의 감촉 이라는 다소 황당한 '전설'이 바로 영화 속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성에 대한 인식 수준인 것이다. 아이들은 좀 더 거대한 가슴을 느껴보기 위해 지옥의 언덕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굴려보자고 천진난만하게 말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은 끊임 없이 '가슴! 가슴!'을 외치고는 있지만 그 말의 늬앙스는 실질적이고 육감적인 것이 아닌, '지구에는 분명히 외계인이 살고 있을꺼야!' 정도의 울림에 불과하다. 

  이 영화가 「몽정기」 계통의 영화와 동일한 노선을 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가슴 배구단」의 아이들에게 '가슴'이란 언젠가 꼭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외계인'이나 '로또'와 마찬가지의 존재이며, 때문에 영화는 하다못해 '아이들의 상상'이라는 이름으로 뿌옇게 흐린 배경에 여선생의 아슬아슬한 노출신을 연출하는 서비스조차 없다.

 


이건 「몽정기」가 아니라 「써니」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 중요하게 알아두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영화의 배경이 1979년 키타큐슈라는  점이다. 영화는 오늘날 청소년들의 '발칙한 성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 속 어린 시절에 가지고 있었던 '따뜻한 여선생님과 미지의 성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포괄하고 있는 중학교 마지막 기억을 보여주고자 한다. 다시 말해 영화의 무게 중심이 '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추억'에 있다는 의미이다.

  70년대 말, 시골 마을의 풍경과, 한껏 끌어 올린 배바지, 불량학생의 부풀린 머리와 길거리에서 아이스박스에 넣어 파는 손가락 굵기만한 작은 아이스바 등은 황색톤의 부드러운 영화 화면과도 어울려 낡은 듯한 느낌을 한껏 전해준다. 아이들은 버려진 도색 잡지를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 상자에 넣어 폐가 구석에 보관해두며, 심야의 야한 방송을 보기 위해 합숙소에서 선생님 눈을 피해 TV가 있는 교실로 숨어든다. '어른의 비밀스런 장소'라는 제목에 두근 거리며 코피를 쏟은 것도 잠시, 그 비밀스러운 장소가 'Best 낚시 명소'라는 것을 알고 실망스러운 마음에 어깨를 늘어뜨린다.

불량한 선배는 '가슴'을 보기 위해 노력하는 중학생 후배에게 '진정한 남자의 노력'이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오른쪽 창문에 그려진 그림이 바로 영화 도입부에 나왔던 '가슴의 감촉'과 '속도'의 상관관계에 관한 전설이다.

개조 자전거로 언덕을 내달려 속도를 얻기 위해 모두의 마음은 하나가 된다. 마치 오토바이 같은 낡은 자전거, 한껏 끌어올린 배바지와 뽀글머리.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든 멜빵바지 등. 촌스럽지만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들이 가득하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문득 4차 함수 그래프에 설레여하던 친구들과 PC통신 시절 야한 사진 한장을 보기 위해 화면을 띄어놓고 밥을 먹고 와야 했던 경험담 들이 떠올라 피식 웃고 말았다. 지금이야 하도 인터넷이 발전한 세상이라 검색창에 단어 몇글자만 쳐넣으면 살색 사진이 너무나도 쉽게 검색되는 시대가 되는 바람에 많은 부모들이 성인사이트 차단을 위해 골머리를 앓지만, 이런 골머리가 과연 오늘날에만 벌어지는 일이겠는가. 조선 시대의 춘화와 뷰렌도르프의 비너스, 매체가 계속해서 달라지고 있다 뿐이지 사춘기 남자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성에 관한 호기심은 시대를 막론하는 파워이다. 인간 역사상 계속 있어왔던 일인데 딱히 우리 아버지 세대라고 예외가 있는 일이었겠는가?

  영화 「가슴 배구단」은 무겁지 않은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잘 풀어가고 있으며, 일본 청춘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감동 강요'에 관한 강박증도 딱히 보이지 않는 작품이다. 「몽정기」가 아니라 오히려 일본판, 남자들의 「써니」에 가까운 청춘 성장영화는 중학교를 졸업하면 진학하지 못하고 부모의 일을 돕기로 한, 구제불능 아이들의 중학교 마지막 추억 만들기를 주제로 삼아 과거에 대한 향수를 한껏 자극한다.

  70년대 말. 그리고 아이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여자 국어 선생님과 순진한 아이들의 모습에 따뜻한 웃음을 흘리면서 볼 수 있는 영화인 것이다.

설정 사진인줄 알았는데 진짜 영화에 이 장면이 나와서 웃기더라. 아이들의 결연한 표정과 여선생의 대사가 포인트.




사족.
참고적인 정보이지만, 사실 79년도라는 시대배경이 영화가 제작된 일본 사람들에게는 '과거'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해이다.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중반까지가 바로 일본 경제의 황금기였다는 '버블 경제'시기로 누구나 부자였던, 행복했던 추억의 지점인 것이다. 아마 이런 점 또한 격하게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가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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